종     목  사적  제133호   
명     칭  강화고려궁지(江華高麗宮址) 
분     류  유적건조물 / 정치국방/ 궁궐·관아/ 궁궐터 
수량/면적  7,534㎡   
지 정 일   1964.06.10   
소 재 지   인천 강화군  강화읍 관청리 743-1   
시     대  고려시대  
소 유 자   국유,사유  
관 리 자  강화군  

 

 

 

 

강화읍에는 북산과 남산이 있다. 북산으로 난 도로를 따라 가면 중턱에 강화초등학교가 있고 그 뒤편으로 고려궁지가 있다. 1977년에 복원될 때까지만 해도 이곳은 깨진 기왓장이 나뒹굴고 잡초가 무성할 뿐 인적이 드물었다. 궁궐 정문인 승평문 안으로 들어서면 이곳이 궁궐이었다고 하기에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면적이 작다. 건물도 고려 때 것은 없고 조선시대의 강화유수부 동헌과 이방청, 강화동종, 외규장각이 있다. 고려 궁터에 조선조 때의 건물이 서 있는 것은 의외의 일이다. 
고려 고종 18년(1231년) 여름에 몽고군이 침입해 왔다. 고려군이 저항했지만 그해 12월에 몽고군이 개경을 포위해버렸다. 고려 조정은 항복했고 황금, 옷, 말 등의 공물을 바쳤다. 1232년 1월 11일 몽고군은 점령지에 다루가치(‘진압하는 자’라는 뜻의 행정감독관) 72명과 그들을 보호할 주둔군을 배치하고 떠났다. 그러자 당시 권력의 정점에 있던 최우(崔瑀)가 몽골의 흉포함에 맞서 싸워야 한다며 천도(遷都)할 것을 주장했다. 천도는 다루가치의 감시를 피해 1232년 7월 7일에 고종이 바다를 건너 강화도로 들어옴으로써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 조용하던 강화도가 정치와 군사적 측면에서 주요한 공간으로 바뀌게 되는 상징적인 날이라고 할 수 있다.
최우는 이의민을 제거하고 무인정권 제2기를 연 최충헌의 아들이다. 그는 최씨 정권의 통치기관 교정도감(敎定都監)의 수장인 교정별감으로서 왕에 버금가는 권력을 휘두르고 있었다. 최우의 측근을 제외한 대신들의 반대를 꺾고 천도한 이후 친위군 2개 부대와 장정을 동원하여 북산 중턱에 궁궐을 짓기 시작했다. 개경의 궁궐을 본 따서 연경궁을 본궁으로 하는 궁궐과 관아를 2년에 걸쳐 짓고 북산을 송악산이라 부르면서 강도(江都)시대의 막이 올렸다.
몽고군은 6차례에 걸쳐서 침입해 왔다. 최씨 정권은 천도 초기에 효과적인 전투를 했지만 몽고군의 강력한 군사력에 제대로 맞서지 못한 채 강화도 방위에만 급급했고 전 국토를 방치했다. 고려는 결국 원종 11년(1270년) 5월에 몽고에 항복한 후 화친을 맺고 개성으로 환도했다. 이때 몽고의 뜻에 따라 강화의 궁궐과 성곽이 파괴되었고 39년간의 강도시대는 막을 내렸다.
강도시대 때 몽고군에 적극적으로 대항하여 싸운 것은 초적(草賊)과 민병이었다. 권력자들은 강화 천도의 목적인 항몽은 뒤로 미루고 최씨 정권 유지와 지배계급의 안전만을 힘쓴 것으로 보인다. 백성은 몽고군의 말발굽에 짓밟혔고 국토는 처절하게 유린당했다. 1254년부터 시작된 몽고의 6차 침입 때는 포로가 206,800명에 이르고 사망자는 말할 수 없이 많았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지도자가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백성은 피폐한 삶을 영위하게 될 따름이다. 이처럼 나라가 잿더미로 변해 가는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지배층은 강화도에서 개경 못지않은 편안한 생활을 누렸다. 견자산 동쪽에 있던 최우의 집은 12개 누대에 꽃길로 장식하여 화려했다.  
천도 기간 중 강화에서는 청자가 전성기를 이루어 청자진사연화문표형주자와 같은 명품이 탄생했다.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가 만들어진 것도 이때다. 또한 1236년부터 16년에 걸쳐 81137매의 대장경을 판각되었다. 국가가 어려운 환경에 놓였음에도 백성들은 밖으로 민병을 일으켜 몽고에 대항하고 안으로는 역사에 길이 남을 문화를 꽃피웠다.

 

조선 인조 4년(1626년)에 강화부가 강화유수부로 승격됐다. 유수부(留守府)는 조선이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이후 한양을 방위하는 전략 요충지를 선정하여 왕을 대신해서 다스리던 특수 행정직이다. 인조 16년(1638년)에 유수 김신국이 동헌을 개수했다. 현재에는 영조 때 학자 윤순(尹淳)이 쓴 명위헌(明威軒)이란 현판이 걸려 있다. 소박한 형태의 동헌 건물 중앙에 대청마루가 깔려 있고 유수를 비롯한 관리들이 인형으로 재현되어 당시 모습을 짐작케 하고 있다. 1977년에 복원되었고 유형문화재 제47호로 지정됐다.

 

 

이방청(吏房廳)은 효종 5년(1654년) 유수 정세규(鄭世規)가 최초로 건립했다. 정조 7년(1783년) 유수 김노진(金魯鎭)이 내부를 수리하고 괘홀당(掛忽堂)이라는 당호를 지었다. 그 후 여러 차례 개 ․ 보수를 거치면서 원형이 바뀌었다. 6방 중의 하나인 이방은 법과 군무를 제외한 사무를 보던 곳이다. 디귿자 형 팔작집인 이방청 건물은 일제시대부터 1972년까지 등기소로 쓰여 왔다. 1973년에 유형문화재 제48호로 지정됐고 1974년엔 기와 공사가 이루어졌으며 1977년에 현재의 형태로 복원됐다. 온돌방 여덟 칸, 마루방 열두 칸, 부엌 한 칸으로 구성되어 있다.

 

인조 9년(1631년)에 국가 위기시 피난지를 강화도로 정하고 옛 고려 궁터에다 임금이 이동할 때 묵는 행궁을 지었다. 1753년 유수 신사(申思)가 객사 동쪽에다 내책고(內冊庫)를 세우고 강화부의 책을 보관했다. 장소가 좁아 책이 넘치게 되자 1782년에 이르러 유수 서호수(徐浩修)가 왕명을 받고 행궁과 장녕전 사이에 있던 연초헌(燕超軒)을 헐고 외규장각(外奎章閣)을 건축한 후 강화 일대에 흩어져 있던 책과 선원록(왕실 족보), 어필(御筆), 어제(御製), 의궤(儀軌), 옥인(玉印), 옥책(玉冊) 등을 한양에서 옮겨왔다. 
그러나 1866년 프랑스군이 선교사 살해에 대한 책임을 묻고 통상을 요구하며 강화도로 침입하여 유수부를 점령했다. 한 달 간 머물렀던 그들은 양헌수 부대에 패한 후 도서 191종의 297책과 은괴, 보물 등을 훔쳐 가면서 강화유수부에 불을 질렀다. 행궁과 외규장각은 전소되었고 왕실 관련 귀중품 99점과 서적 5067책도 다 타버리고 말았다. 프랑스는 김영삼 정권 때 고속철도건을 성사시키기 위해 서적 대여를 약속했지만 ‘휘경원소감의궤’ 한 권을 주었을 뿐 더 이상은 반환하지 않고 있다.
현재 고려궁지에 있는 외규장각은 2003년에 복원된 것이다.

 

▶ 복원된 강화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