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아직도 ‘촌놈’ 소리를 들어야 한다

정 택 수

추수를 마친 가을 들녘을 바라보며 나 자신을 바라 볼 수 있는 시간을 갖고자 몇자 적어본다.

요즘 농촌의 현실은 참으로 답답하다. 하락하는 쌀값, 판로가 막막한 김장 채소며 농산물. 정말로 우리 농촌이 이대로 좋은가? 무언가 의식의 전환기가 되어야 할 것 같다. 1970년대 소중했던 먹거리가 이제는 천하디 천한 것이 되어 버렸다. 더불어 우리 농촌 사람들도 천하디 천한 촌놈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왜 우리는 촌놈 소리를 들어야 하는가?

그것은 단순히 남의 탓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 촌놈 행동을 하기 때문이다.  비근한 예로 요즘 농촌에 집집마다 웬만한 농기계 한 두 대는 다 소유하고 있다. 이 농기계가 보통 시싼 것이 아니다. 트랙터나 콤바인 가격이 웬만하면 수천만원씩 한다. 경제성을 생각하지 않고 구입한 농기계, 남에게 지기 싫어 자기 경작 면적과 관계 없이 구입한 대형 농기계다.

우리 농촌의 부채로 되돌아와 우리 농촌 경제를 피팍하게 만들고 있다.

그런데, 이 농기계가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일년에 10일 이상 사용하지 않는 이앙기, 15일 이상 사용하지 않는 콤바인. 일년에 한번만 세차 정비하면 될 농기계를 사용 후 그대로 방치하는 우리 농민들이 아닌가!

수 천 만원씩 하는 농기계를 그대로 방치하여 눈비를 맞히는 우리 농민들. 수백만원짜리 자동차는 한달에도 서너 번씩 세차를 하고 비닐 천막이라도 치고 넣어 두는 농민들. 이런 농민들이 정말로 대접 받고 싶은 농민인가!

촌놈 소리를 천번만번 들어도 마땅한 촌놈이다. 우리 다시 생각해 보자. 우리가 대접 받는 촌 양반 소리를 들으려면 이러한 의식부터 고쳐야 할 것이다. 생각하는 촌놈, 실천하는 촌놈은 앞으로 진정한 촌양반 소리를 듣고 살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촌양반 소리를 듣고 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